김성덕의 안경이야기- 그림 한 점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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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덕의 안경이야기- 그림 한 점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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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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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한 점의 의미

댁에 그림 한 점 걸고 계십니까?

우리나라도 이제 국가적으로 문화에 관심이 많아진 듯하다.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의 문화생활을 위해서 문화관광과에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의 날로 

제정한 것을 보면 국민의 문화적 욕구를 최소한이라도 충족시키겠다는 최소한의 의지는 있지 않은가 싶다.

시인 출신이며 전 국회의원이 문광부장관이 되었으니 예술인들이 마음껏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고충을 듣고 선진국의 사례들을 수집하고 분석해서 우리의 현실에 맞게 문화예술의 풍토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문화가 무엇이냐는 질문부터 해 보자.

그것은 사상이나 철학이란 무엇이냐는 질문만큼 한 두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용어다.

서양에서 문화(culture)라는 말은 경작이나 재배를 뜻하는 라틴어(colore)에서 유래했다. 문화는 뭘까.

자연 상태의 사물에 인위적인 것이 가해지면 문화가 된다.  예를 들면들판에 피어있는 장미꽃은 자연이지만 그 꽃을 꺾어서 선물을 하면 문화가 되는 것이다.

산비탈에 피어있는 들국화는 자연이지만 들국화를 재배하면 문화인 것이다.

자연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지만 문화는 가꾼다는 차이가 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별 것 아닌 것 같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하루 세끼면 족하고 두발 뻗을 거처만 있으면 다 거기서 거기다. 만족이 재산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좀 허전하다. 문화가 빠지면 섭섭하다.

음악이나 미술 다도 서예 축구 골프등 어떤 분야든 한두 가지라도 문화생활이 없는 인생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여러 분야의 문화가 있겠지만 미술이란 문화의 단면을 상기 해보자.

가정마다 오디오나 비디오 CD플레이어가 핸드폰으로 거의 다 실행이 되다보니 집안의 장식적 요소가 줄어들게 되고 그 공간이 그림으로 채워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미술작품을 빌려주거나 설치해주고 관리하는 시장규모가 부쩍 늘고 있다.

중산층을 겨냥한 “미술관으로 간 김 과장” 같은 세부적인 시장이 만들어지고 연간 1500억원에 달하는 국내미술시장의 규모가 그와 같은 사실을 뒷받침 한다.

문화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간단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집안에 그림 한 점 거는 것이다.

쉽지 않다면 소파 뒤에 이발소그림이라도 걸어보자. 

연말이면 은행이나 보험회사에서 주는 달력에 인쇄된

명화 그림을 뜯어내어 식탁에 액자작업이라도 해서 걸어보자.

표구점에 가면 아주 저렴한 가격에 맞춰 준다.

이것은 필자가 직접 경험한 거다. 달력에 인쇄된 그림도 괜찮다.

긴 베니다판에 이우환이나 박서보의 그림에 풀을 붙여서 소파위에  걸면 그만이다.

행복을 그린 화가 르느와르도 좋고 마크 로스코의 색면 추상화도 훌륭하다.

팝아트의 거장 앤디워홀의 청록색 마릴린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와 닿는다.

이 시기가 조금 지나면 실제 작품으로 넘어 가면 된다.

하루 종일 그림만 그리는 전업 작가의 화실에도 가보자.

대부분 화가의 아뜰리에는 자유분방한 분위기다.

상황에 따라서 가볍게 한 잔 할 수도 있고 

임시 공연장이 될 수도 있으며 식당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자유로움을 나는 사랑한다.

대중가요나 클래식을 크게 틀어도 비교적 자유로운 아뜰리에는 

그곳에 거주하는 화가들의 작품의 산실이며 놀이터이며 숙소이고 휴게실이다.

그러는 사이에 조금씩 그림을 보는 재미가 생기고 동네 전시회도 둘러보게 되면

어느새 미술에 대한 안목이 생긴다.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도 가고 서울시립미술관이나 덕수궁미술관에도 가보자.

부암동에 있는 도심 한복판의 비밀정원이라는 서울미술관도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이 곳 은 꼭 가보시라. 산책하기에 최적이다. 가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석파정이라 불리는 흥선대원군의 별장이 잘 보전 되어있다.

사랑하는 연인과 혹은 가족과 함께 가보면 좋겠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거나 아니면 혼자라도 좋다.

인사동에 가면 200여개가 넘는 갤러리가 즐비하다.

입장은 물론 무료다. 작가에게 그림에 대해 물어 보면 아주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준다.

미술관은 폼을 잡기위해 가는 곳이 아니다.

지치고 남루한 일상에 한줄기 빛을 선사할 공간인 것이다. 

지역작가의 전시회도 가보고 마음에 드는 작품에 빨간 딱지도 붙여보자.

그 순간의 감동은 단언컨대 평생 마음속에 각인된다.

그 선택이 자발적인 것이라면 그대는 분명 작품이 뿜어내는 

미학적 아우라에 황홀경을 맛보았을 터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 

이것을 일러 칸트는 미학판단에서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대상의 특질이 아니라

대상에 대하여 내가 느끼는 “쾌”와 “불쾌”의 감정이라 하였다.

고대미학에서는 “절대적인 미”를 아름답다고 생각하였다.

즉 대상이 아름답기 때문에 내가 아름답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하지만 칸트에 이르러서는 “경험적인 미” 다시 말해 

내가 아름답다고 느끼기 때문에 대상이 아름답다고 해석했다.

아! 여기서 미술이 철학인 이유가 된다.

관점을 바꾼다는 것. 지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깨뜨리는 것.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이라는 새로운 관점.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는 퍼스펙티브의 차이.

미술이 위대함의 모든 것은 아니겠지만 

위대함의 부분은 되겠다는 생각은 든다.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은 집집마다 그림 한 점씩 걸었다. 

그들의 문화수준이 대단해서가 아니다.

전후 독일의 모습은 황폐하고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였다.

가지고 있던 집이나 부동산은 부서지고 화폐도 제 값어치를 못했지만 

그림만은 유일하게 값이 올랐다는 거다.

실컷 감상하고 재산가치도 늘었으니 꿩 먹고 알 먹고 인 셈이다.

안경원을 꾸려가면서 가슴 한 켠에 묻어 두었던 서양철학을 공부하리라는

다짐은 미술이라는 갈래에서 환희를 맛보는 것 같다. 

뒤늦게 스스로 공부하면서 깨닫고 느끼는 감정은 실로 벅차다.

나의 미술적 공부와 경험이 독자들의 보편적 동의 얻는다면

그것은 나를 넘어서는 경험이고 나와 타자가 만나 교류하면서

나는 너를 보면서 너는 나를 보면서 확장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림 한 점을 벽에 건다는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실천적 경험이며

미의식에 대한 고양이자 당신의 영혼을 구원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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