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덕의 안경이야기] “한나 아렌트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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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덕의 안경이야기] “한나 아렌트가 묻는다”
  • 김성덕
  • 승인 2020.04.1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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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덕 안경사·칼럼니스트
김성덕 안경사·칼럼니스트

코로나 바이러스가 방역망 안에서 잡히는듯하더니 해외유입과 종교계일부에서 예배를 강행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이런 행위는 인간의 이성과 합리를 의심하게 만든다.

기독교 윤리학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예배에 대한 의무론과 신의 명령의 절대성에 기인하는 듯하다. 그러나 기독교 윤리학의 보편성에 의하면 크리스천도 한 국가의 시민이므로 국가의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신의 명령의 불변성과 절대성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문자주의 즉 특정구절을 쓰여진 그대로 수용하는데 있다. 하지만 인간은 분별력을 가져야 하고 분별에 앞서 도덕적 숙고가 선행되어야 한다. 숙고의 기준은 선함의 기준과 가치의 문제를 따져야 한다.

우리는 타자를 고려하지 않고 윤리를 사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럽의 모더니즘사조인 이성중심과 합리주의는 1,2차 세계대전으로 넝마가 되었다. 600만 명이 넘는 유대인 학살에 부역한 아이히만을 떠올려보라. 인간의 이성이 얼마나 맹목적이고 취약한 것인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독가스를 마시며 죽어간 유대인을 생각하며 우리는 인간의 이성에 절망한다.

아르헨티나로 피신한 아이히만은 이스라엘의 비밀경찰 모사드에 붙잡혀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법정에 선다. 그는 진술에서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저 한 국가의 공무원으로서 성실히 맡겨진 임무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법정에 세워진 30여 차례의 아이히만의 재판을 기록한다. 숙고하지 않는 맹목의 복종, 선악의 가치를 묻지 않고 임무와 양심사이에서 성찰하지 않는 인간의 이성을 고발한다. 이것이 그녀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다.

교회는 그리스로 이동해 철학이 되었고 로마로 옮겨 가서는 제도가 되었다. 그다음에 유럽으로 가서 문화가 되었다. 마침내 미국으로 왔을 때 교회는 기업이 되었다. 리처드 헐버슨 목사의 말이다.

우리는 사유해야 한다. 인간이성의 부조리를 걷어내고 분별의 알맹이가 빈틈없이 들어차야 한다. 이성의 봄이 오길 고대하며...

 

신동엽시인의 <봄의 소식>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발병났다커니

봄은 위독하다 커니

눈이 휘둥그래진 수소문에 의하면

봄이 머언 바닷가에 갓 상륙해서

동백꽃 산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봄은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었다.

                    ...중략...

그렇지만 눈이 휘둥그래진 새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 근처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몇날 밤 우리들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와서

봄단장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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