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정수진(장곡중학교 교사) “미래는 협업의 시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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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정수진(장곡중학교 교사) “미래는 협업의 시대다” 】
  • 시흥시민신문
  • 승인 2024.03.08 08: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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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니스트 정수진

중고등학교 미술 교사로 20여 년 동안 학생을 가르쳤다. 

미래에는 창의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이 창의력을 기르도록 미술 수업을 진행한다. 

독서로 얻는 깨달음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쓰며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흔들리며 피는 꽃처럼 청소년이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모습에 삶의 보람을 느낀다.

· 블로그 / https://blog.naver.com/sujin01180

· 브런치 / 책읽는 정작가로 주 1회 연재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독불장군은 없다. 특히 미래사회는 협업을 중시하기 때문에 타인과 공감하며 소통하는 능력이 더욱 필요하다. 스웨덴에 있는 웁살라대학은 개교 이래 노벨상 수상자를 8명 배출한 명문대학이다. 이 대학 안데르스 하그펠트 총장이 내한했을 때 언론과 한 인터뷰 기사를 관심 있게 읽었다. 하그펠트 총장은 ‘노벨상 수상의 비결’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노벨상은 천재 한 명이 갑자기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고, 여러 분야를 선도하는 연구 환경 속에서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하는 게 중요하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자기가 흥미 있는 것을 연구하다 보니 상을 받게 된 거지, 애초에 상 받기 위해서 연구한 사람은 없다.” (조선일보, 2023, 6.3)

  협업의 중요성을 알기에 학교에서도 모둠 활동을 강조한다. 나는 미술 수업을 모둠 활동 중심으로 하기도 한다. 화가의 삶과 그림을 주제로 그림을 감상하고 비평하는 시간이었다. 근대 서양미술 화가 중 자신이 희망하는 화가를 선택하고 모둠원들과 협력하여 그림을 분석하는 수업이다. 
  자신의 진로와 연계된 화가를 직접 선택하고, 화가의 삶을 분석한 후 삶에 적용할 부분까지 찾아야 한다. 학생들에게는 생소하고 어려운 활동이다. 학생들은 친한 친구나 공부 잘하는 친구와 같은 모둠이 되기를 희망하지만, 뜻대로 안 될 때가 많다. 몇몇 학생은 불만을 표현한다. “선생님, 모둠 바꿔주세요. 같은 모둠 된 아이랑 안 친해요”, “선생님, 남자는 어색해서 그러는데, 여자끼리만 함께하면 안 되나요?”, “선생님, 이 친구 정말 수업 시간에 아무런 활동도 안 해요. 모둠을 같이 하면 저 혼자 활동해야 해요.” 이런 학생들에게 나는 이렇게 답을 한다.
   “모두 원하는 친구와 같이 모둠 활동을 하면 좋겠지만, 항상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는 없어요. 다른 친구에게 도움을 받으면 좋겠지만, 때로는 자신이 도움을 주는 모둠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기여도가 크면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모둠을 잘 이끌어 갔다고 학생생활기록부에 좋게 기록되는 기회가 되잖아요.”

 도서관에 가서 관련 서적을 찾고, 자료를 검색하며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그림을 비평한다. 발표를 위해 파워포인트로 자료를 만들고 대본을 준비한다. 학생들이 소통하고 협력하며 성장하는 모습이 느껴서 행복한 수업이었다. 수업이 끝난 후 한 학생이 교무실에 와서 눈물을 흘리며 자기 마음을 털어놨다. 

  “너무 속상한 일이 있었어요. 물론 제가 먼저 잘못하긴 했는데, 너무 속상해요.” 
  “무슨 일이니?”

  “제가 파워포인트로 발표 준비를 하기로 약속했는데 독감에 걸려서 약속 시간을 못 지켰거든요. 그래도 발표 수업 시간 전까지는 발표 자료를 만들 수 있었는데, 친구가 기다려주지 않았어요. 선생님께서 모둠 활동 기여도가 크면 학생생활기록부에 ‘리더십있다’고 기록해 주신다는 말을 듣고 친구가 제 활동까지 다 해버렸어요. 저는 학교 생활기록부에 나쁘게 적히나요?” 

   노벨상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이들은 절대 노벨상을 받으려고 일하지 않는다. 함께 협업하여 좋은 연구 결과를 내면 그뿐이다. 노벨상은 그러는 가운데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다. 학생들이 모둠 활동할 때 기억할 만하지 않은가? 생활기록부를 위하여 모둠 활동한다기보다 미술가들의 인생과 그림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때 통찰을 얻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친구들도 그렇게 되도록 영향을 끼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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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37 2024-03-08 23:10:02
순수한 관심과 재미보다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성공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즘인 것 같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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