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대체 ‘청년 문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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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대체 ‘청년 문제’는 무엇인가?
  • 김해정
  • 승인 2019.07.0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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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올해의 시사만화로 선정되었던 박순찬의 장도리 : 산업화 세대와 88만원 세대라는 4컷 만화가 있다. 이 만화의 첫 컷에는 산업화 세대가 지금의 청년들에게 연설하는 장면이 나온다. “청년들아 이 나라가 누구 덕에 밥 굶지 않게 되었는지 아느냐.” 그 다음 컷은 민주화 세대가 청년들에게 연설한다. “청년들아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 위해 얼마나 많은 선배가 희생했는지 아느냐.” 마지막 장면에는 이들이 연설 중에 물을 마시려 하자, ‘88만원 세대라는 이름표가 붙은 한 청년이 물통을 들고 나오며 끝이 난다. “, 갑니다.”

한국사회의 뉴스와 신문을 장식하는 청년 문제란 도대체 무엇인가? 적어도 위 만화는 각자의 세계와 가치관 속에서 청년의 문제를 파악하고 진단하는 기성사회 담론들이 실제 청년에게는 별로 와 닿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한 편에서는 헬조선운운하는 청년의 자조를 훈계하며 보다 건설적인 마음을 가지라고 독려하고, 한 편에서는 사회가 이렇게 불의한데 짱돌 하나 던질 줄 모른다며 현 청년의 탈정치를 훈계한다. 이처럼 기성사회가 청년을 하나로 규정하거나,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주체로 기획하려는 시도들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그런데 정작 젊은 층이 직면한 상황에 대하여 직접 들어보거나, 당사자 스스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게 기회를 준적은 얼마나 되는가?

청년세대에 대한 담론을 만드는 의도가 어떻든 간에, 이러한 담론이 청년을 동등한 사회구성원이라기보다는 타율적인 존재로 대하는 점에 있어서는 공통점이 있다. 청년문제는 통상적인 관점에서의 일자리 문제나 참여 부재의 문제보다도, 현재의 청년이 앞으로 많은 부양을 담당할 미래사회의 주체임에도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청년을 위한 당사자의 참여는 일부 지자체에서부터 크고 작게 시도되고 있다. 서울은 일찍이 청년정책을 위한 시민협의체인 청년정책네트워크를 구성하여 관련 조례 제정과 정책결정 과정에 당사자의 참여가 일어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청년의, 청년에 의한, 청년만을 위한 활동은 잘못하면 실체가 불명확한 세대갈등에 연루되거나, ‘청년세대만의활동으로 그 의미가 축소될 수 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청년의 목소리가 사회의 보편적 당면 과제에 대한 목소리를 찾을 수 없다며 또 다른 세대이기주의로 규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현재의 청년참여가 사회전반을 위한 개혁적 활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특정 그룹의 이해 내지는 복지에 국한된 활동으로 간주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청년에게도 남겨진 숙제가 있음을 보여주는데, 최근 청년의 참여가 청년의 다양한 삶의 여건을 고려하고 있음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사회·경제적 약자로서의 청년의 의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청년이 스스로를 새로운 민주적 질서를 위한 정치적 주체라기보다는 단지 사회·경제적 이해를 위한 행위자로 위치 지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년이 말하는 청년 문제는 전체 사회의, 사회에 의한, 사회를 위한 문제로서 말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일이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초기엔 한계가 있더라도 쌓인 경험을 통해 더 성장할 수 있다.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는 청년의 목소리가 성장하기도 전에 이런저런 이유로 재단하고, 말할 기회마저 상실시키는 것이다.

사회문제로서의 청년 문제는 여러 분야에 걸쳐있기에 한 지면에 다룰 수 없다. 다만 위에 인용한 만화에 대한 평으로 한 마디 하자면, 과거보다 계층격차와 위험부담이 커진 사회에서 지금의 청년은 자신의 미래에 대하여 산업화 세대와 똑같이 생각할 수 없다. 또한 민주화 세대가 청년을 훈계하는 것처럼 그들만의 방식과 감수성으로 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청년층을 탈정치화 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정말 청년을 위한다면, 이런저런 말을 하기 전에 청년이 말하게 하자. 권력은 말하는 사람에게 있다. 결국 핵심은 권력의 분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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