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하는 지영사회 어떻게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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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는 지영사회 어떻게 만들 것인가
  • 조민환
  • 승인 2018.07.0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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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하곡학 국제학술대회, 양명학 본산 학자 참석

“얄궂다. 장마철 거센 비는 쏟아지지 않았다. 다행이다. 내 마음 뿐인가? 낮게 내려앉은 구름이 위험해 보였지만 오이도 선사유적지와 천안 독립기념관을 탐방할 때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함께한 모든 이들의 바람이어서 그 검은 구름이 물방울을 만들지 못한 것일 까, 이날은 비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일 까? 설마 비가 오지 못하도록 능력을 발휘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고, 비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도 있을 수 없다. 비 맞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비가 내리기를 바랐을 것이고, 비 맞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흐린 날씨 임에도 제발 내리지 말기를 기원했을 것이다. “날씨는 흐렸지만 비는 쏟아지지 않았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쉬울 것을”

윗글은 제2회 하곡학 국제 학술대회 2일차 ‘중국 유학자 초청 문화탐방’이 이뤄진 지난 6월 28일의 날씨를 이야기 한 것이다.

「양심(良心)은 천리(天理)이며, 천리는 인(仁), 의(義), 예(禮), 지(智)가 하나로 이뤄져 있다」, 「나의 마음(양심(良心))에는 선천적으로, 배우지 않았는데도 아는 양지(良知)가 있고, 배우지 않아도 행할 수 있는 양능(良能)이 있다. 이를 잘 다듬어 천리에 닿으면, 곧 성인이다」 일부학자들이 주장하는 양명학의 요체다.

양명학을 깨닫고 퍼뜨린 이는 귀천이 확실히 나뉘었던 명나라시대의 왕수인(호: 양명)이다. 

주자학(성리학)이 주류를 이루며, 식자들이 ‘배우지 못하는 이(평·서민)’들을 지배하던 시대에, 배우지 않아도 나의 마음인 양심(良知, 良能)이 천리에 닿으면 성인(聖人)이 될 수 있다는 양명학은 위험천만한 학문이다.

왕수인은 35세에 귀향 간 당시 벽지였던 구이저우 성 용장에서 심외무리(心外無理)를 깨달았다. 그가 마지막 남긴 말은 “내 마음은 밝게 빛난다”이다.

이 양명학(陽明學)에 심취해 심히 불안정했던 조선시대에 양명학 학파를 이룬 이가 정제두(鄭齊斗, 호: 하곡(霞谷)·추곡(楸谷)) 선생이다.

정제두 선생 또한 궁핍한 벽지였던 바닷가 시흥에서 20여 년간 생활을 하면서 한국양명학의 일가를 이뤘다.

시흥문화원(원장 정원철)이 지난 6월 27일 시흥시청 별관 글로벌센터에서 제2회 하곡학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어 2일차인 28일은 오이도 선사유적공원과 천안독립기념관을 관람하는 ‘문화 탐방’ 시간을 가졌다.

27일 제2회 하곡학 국제학술대회는 ‘철학하는 지역사회,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주제로 한국과 중국의 연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됐다.

하곡학 학술대회는 1분과 ‘유학과 현대사회’, 2분과 ‘추곡 정제두의 지행합일’, 3분과 ‘추곡논단’등 세 개 분과로 나뉘어 보다 체계적으로 발표 됐다.

또 모든 발제가 끝난 뒤 발제자와 토론자, 참여 시민들이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제1분과 ‘유학과 현대사회’ 주제의 발제는 황종원(단국대) 교수의 사회로, 정인재(서강대) 교수의 “양명학의 현대적 의미”, 김교빈(호서대) 교수의 “참 마음으로 사는 인문도시 시흥을 꿈꾸며”가 기조발제로 발표됐다.

또 김세정(충남대) 교수가 “4차 산업혁명과 유학, 그리고 양명학”, 최재목(영남대) 교수가 “디지털시대의 인성교육: 신독(愼獨)이라는 관점의 재음미”라는 주제로 발제를 했다.

또한 중국에서 온 육영승(귀양학원과 양명학 검학연구원) 부원장이 “양명학과 지역사회”, 손취우(한동성 사회과학원 유학연구소)소장이 “산동성의 유학생활화 사례”를 각각 발제했다.

이와 관련 토론은 이동욱(건국대), 노규현(황노학회 고문), 정순우(한국학중앙연구원), 김세서리아(이화여대), 정종모(서강대), 고재석(성균관대) 교수가 진행했다.

2분과는 ‘추곡 정제두의 지행합일’ 주제 발표는 김용재(성신여대) 교수의 사회로 조지선(충남대) 박사가 “하곡 정제두 공부론의 인성교육적 고찰”, 진성수(전북대) 교수가 “하곡 정제두의 자녀교육”, 중국의 이홍군(연변대 철학연구소) 교수가 “중국 내 한국양명학 연구사”, 고취(귀양학원과 양명학 검학연구원) 교수가 “귀주의 양명학 전파사례” 등이 발제됐다.

토론은 정연수(성균관대), 천병돈(대진대), 이남옥(한국학중앙연구원), 이경룡(하곡학연구원) 원장이 했다.

3분과 ‘추곡논단’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분과로, 강진갑(경기대) 교수의 사회로 심우일(명문고등학교) 교감이 “자율성을 바탕으로 엮어가는 나의 꿈”, 정준교(다음세대살림연구소)소장이 “더 좋은 시흥을 위한 철학적 제언: 양명학을 중심으로”, 백도근(경기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이 “하곡학이 이옥의 문화정신에 끼치는 영향”을 발제했다.

이에 대한 논평은 전문연구자인 양선진(충남대), 김형석(경상대), 윤여빈(실학박물관) 팀장과 김성일, 김치성(향토사료실), 김선옥(월곶문학회) 등 시민들의 참여로 진행됐다.

각 분과별 발제와 토론이 모두 끝나고 김덕균(대전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사업단장이 좌장을 맡아 제 1,2,3분과 논의를 종합해 각 분과 사회자들과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중 양국의 양명학을 대표하는 연구자가 모여 발제와 토론을 통해 양명학이 현대인의 삶과 일상에 갖는 가치와 지역사회에서의 활용 방안을 모색했다.

28일 ‘제2회 하곡학 국제 학술대회 문화탐방’은 방한한 중국학자들과 문화원 임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오이도 선사유적공원과 천안 독립기념관을 탐방하는 것으로 이뤄졌다.

바다가 연접해 있지 않은 중국 구이저우 성 학자들은 패총과 선사 인들의 생활상이 연출된 오이도 선사유적공원을 둘러보며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또 독립기념관에서는 난징대학살 등 일본제국주의의 잔인함을 경험했던 중국학자들이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에서 벌어졌던 일제의 폭정에 대해 공분했다.

이번 하곡학 국제학술대회는 정제두 선생이 20년간 거주하면서 한국양명학의 기틀을 세운 시흥시가 철학인문하는 도시로 도약하는 좋은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정원철 원장은 “작년에 이어 하곡 정제두 선생의 인문철학정신을 담은 학술대회를 열어 매우 기쁘고, 지역사회와 현대인의 삶에 있어 양명학의 역할과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서 “이를 위해 협조를 아끼지 않은 한국양명학회, 중국 구이저우 성 귀양학원 양명학과 검학연구원, 산동성 사회과학원 유학연구소, 연변대 철학연구소, 하곡학연구원, 그리고 시흥 양명학연구학회 관계자 등 참여해주시는 학자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정 원장은 또 문화 탐방에 앞서 “왕수인 선생이 중국의 산간벽지인 구이저우 성에서 귀양 생활을 하면서 완성한 심학(양명학)을, 정제두 선생이 조선시대의 외딴 바닷가인 시흥에서 일가를 이룬 것은 어찌 보면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구이저우 성의 학자들에게서 동질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오이도 선사유적공원을 1차 탐방지로 선택했다”고 의미를 부여 했다.

<전습록>

“나의 영명함이여, 천지와 귀신을 주재한다! 나의 영명함이 없다면, 하늘이 높다 한들 누가 우러러보겠는가? 나의 영명함이 없다면, 땅이 깊다 한들 누가 내려다보겠는가? 나의 영명함이 없다면, 누가 귀신의 길흉화복을 가져오는 힘을 느낄 것인가? 천지도 귀신도 만물도 나의 영명을 떠나 존재할 수 없으니, 나의 영명도 천지와 귀신과 만물을 떠나 존재할 수 없다. 하나의 기운이 전체에 흐르나니, 어찌 너와 내가 따로 있겠는가?”  

-왕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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