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덕의 안경이야기-알프레토 자코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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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덕의 안경이야기-알프레토 자코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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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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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토 자코메티

알프레토 자코메티

세상의 조각 작품 가운데 가장 비싸게 팔린 것은 누구의 작품일까? 오귀스트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이나 <지옥의 문>같은 작품을 거론하는 이 들도 많겠지만 스위스 태생의 알프레토 자코메티가 주인공이다.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은 2010년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한화로 1200억에 낙찰 되는 기염을 토했다.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이 2010년 뉴욕 소더비에서 130억에 팔린 것에 약 1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미세먼지가 다소 누그러진 지난 주 일요일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을 찾았다.전시관 전면 외벽에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walking man)이 걸려 있다.“더 이상 걷어낼게 없는, 철사처럼 가늘고긴 인간의 형상”그는 왜 이 토록 부러질 듯 얇고 약한 조각상을 빗은 걸까? 라는 생각이 스쳐가며 순간 법정 스님의 “산과 들에서 나는 풀로 주린 배를 채우라”는 문구가 떠올랐다.피카소가 평생 시기하고 질투했다는 자코메티를 만나본다.스무 살이 되던 해 한 청년이 혼자 이탈리아를 여행 하던 중  기차 안에서 우연히 네덜란드의 노신사를 만난다.그 신사의 이름은 반 뫼르소로 60가까이 된 독신이었고 헤이그 공공 기록물 보관소의 책임자였다.여행을 끝내고 스위스 스탐파로 돌아 온지 얼마 안 되어 청년은 기차 안에서 만났던 뫼르소가 자신을 다시 만나고 싶어 한다는 신문 광고를 보게 된다.청년은 그 제안을 받아들여 뫼르소와 여행길에 오르게 되고 그날 저녁 같은 침실에 묶게 된다. 다음날 아침 뫼르소는 원인 모를 통증에 시달리게 되고 왕진 온 의사의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 후 청년이 보는 앞에서 뫼르소는 사람이 아닌 하나의 <사물>이 되어 버렸다.그때 청년은 깨닫게 되었다.죽음은 나와 타자에게도 매 순간 가능한 것임을 ...그 사건은 청년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덧없고, 덧없음 조금 전 눈앞의 한 인간이 한 마리 개처럼 죽을 수 있다니..청년은 그 비극적 사건을 경험하고 소유와 물욕에 초연한 인생관을 갖게 된다.이 청년이 바로 자코메티다.청년시절 우연한 경험을 통해 죽음이라는 불안과 공포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직시한 그는 2차 세계대전을 통해 대량 학살 같은 인간의 폭력과 광기를 경험하며 예술행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다.살 한 점 없이 걷어내고 덜어내어 불안하게 서있는 “걸어가는 사람”은 존재와 허무 가운데 탄생한 공포의 미학이다.

“마침내 나는 일어섰다.그리고 한발을 내딛어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한다.”

피카소가 생전에 질투했고 죽음직전 자신의 전기 작가에게 지금 이 순간 자코메티를 보고 싶다고 한 알프레도 자코메티.로뎅은 돌에서 작품을 해방 시켰고마티스는 색채를  마크 로스코는 점과 선. 입체를 피카소는 형태를 해방시켰다.무엇이든 해방 시킨 자는 시대의 영웅이 되고 위대한 창조자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피카소가 사물의 형태를 분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은 뛰어났지만 자코메티처럼 대상을 전혀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지 못했다는 점이 자코메티를 질투한 이유가 아니었을까?나의 아버지는 청년시절의 필자에게 “나는 호랑이도 무섭지 않다. 진짜 무서운 것은 살림이여”라고 말씀하셨다.왕따의 공포, 취업의 공포, 실직의 공포, 타자에 대한 공포, 심지어 가족에 대한 공포.이런 공포증으로 우리는 뒤 걸음 친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일어서 한 발 또 한발 내딛어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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