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의 안쪽 / 최분임
상태바
솟대의 안쪽 / 최분임
  • admin
  • 승인 2018.01.01 12: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8년 축시

솟대의 안쪽                                                                                                  최분임

새벽 갯골 전망대에 올라

솟대로 도망친 당신

오래 떠돈 날개를 묻는다

뿌리내리지 못한 날갯짓이

뿌리내린 가족을 다시 고르는 순간

집은 살얼음 낀 벌판, 바람만 살아 있었다

자주 뒤집어지는 양은 두레반상 앞에서

울음으로 가는 어린 새들

안 보이는 꿈 안 들리는 희망을 퍼덕일 때

하현을 건너는 솟대 웅크린 그림자를 늘이던 어머니

잠긴 빗장이 삐거덕 소리를 냈다

시간 추억 같은 지나면 가족이 되는

둥지를 더듬거리다 보면 바람을 걸러낸 성긴 깃털이

모르는 허공을 몰래 내다버리는 게 보였다

한 그루 나무를 향해 걷는 솟대

고요로 잦아들고 있었다

지평선 소실점으로 멀어진

기억을 마중하기 위해 솟대를 찾아간다

흥정처럼 계속 따라붙는 솟대의 그늘이

내 갈비뼈로 만져진다

갈비뼈에서 꺼낸 태양

얼굴 붉힌 길 수천 개를 펼쳐 보이는

또다시, 아침

최분임경북 경주 출생제23회 마로니에전국여성백일장 산문 부문 장원제12회 동서문학상 대상 수상제8회 천강문학상 대상 수상소래문학회, 동서문학회, 시흥문인협회 회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