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축시
솟대의 안쪽 최분임
새벽 갯골 전망대에 올라
솟대로 도망친 당신
오래 떠돈 날개를 묻는다
뿌리내리지 못한 날갯짓이
뿌리내린 가족을 다시 고르는 순간
집은 살얼음 낀 벌판, 바람만 살아 있었다
자주 뒤집어지는 양은 두레반상 앞에서
울음으로 가는 어린 새들
안 보이는 꿈 안 들리는 희망을 퍼덕일 때
하현을 건너는 솟대 웅크린 그림자를 늘이던 어머니
잠긴 빗장이 삐거덕 소리를 냈다
시간 추억 같은 지나면 가족이 되는
둥지를 더듬거리다 보면 바람을 걸러낸 성긴 깃털이
모르는 허공을 몰래 내다버리는 게 보였다
한 그루 나무를 향해 걷는 솟대
고요로 잦아들고 있었다
지평선 소실점으로 멀어진
기억을 마중하기 위해 솟대를 찾아간다
흥정처럼 계속 따라붙는 솟대의 그늘이
내 갈비뼈로 만져진다
갈비뼈에서 꺼낸 태양
얼굴 붉힌 길 수천 개를 펼쳐 보이는
또다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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