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철 시흥문화원장의 ‘고향만들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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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철 시흥문화원장의 ‘고향만들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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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2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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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회 구상

3. 다회 구상

신년(新年) 다회(茶會)는 무엇보다 음악이 중요하다. 사랑방에서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은 다악(가곡, 시조창이나, 기악 연주)을 즐기면서 다과를 즐기곤 하였다. 다악(茶樂)은 궁중이나 사랑방 선비들이 즐기던 정악 연주로 들어야 제격인데, 시흥시에는 정악(正樂)을 연주하는 국악 단체가 가곡과 시조창하는 성악 단체만 있고, 국악관현악단은 없다. 외부에서 부르자니 돈이 적지 않기에 국립국악중학교에 궁중 가무악 연주를 의뢰하였더니, 겨울 방학 때여서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기량이 뛰어난 단잽이로 구성하기로 하였다. 경력이 출중 한 악사를 수배하였다. 거문고는 중앙대 박사 과정의 박은혜, 가야금은 KBS 국악 대상을 받은 추현탁, 대금은 서울대 박사과정의 유경은에게 맡기고, 시흥 출신의 안민영 학생을 불러 판소리를 듣기로 하였다. 그들의 연주는 상당한 내공이 실려 있어, 하객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기에 충분하리라 생각하였다. 

다회의 첫 순서는 문화원 회원에게 찻상을 올리고 춘향가의 사랑가와 수궁가 중 토끼 잡아가는 대목을 15분 연주한다, 문화원 회원은 곧 시민을 의미하며, 문화원이 섬겨야 할 대상이다. 다음은 선출직인 시장과 시의원 등의 내·외빈에게 ‘최옥삼류 가야금 산조’와 함께 찻상을 올린다. 세 번째로 시흥향토문화연구소의 전문위원 및 연구회원에게 정악 독주의 백미인 ‘청성곡’을 연주하고, 마지막으로 문화원 임원에게 정대석 작곡의 ‘달무리’ 연주와 찻상을 올린다. 달무리는 달빛과 달맞이, 달무리의 세 악장으로 구성된 거문고 독주곡으로 거문고의 음색을 드러내는데 제격이다. 국악관현악단 초치 궁리로 시작하여, 국악기 독주와 판소리 연주를 결정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을 보내며 고민하여 프로그램을 확정하였다. 

고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누구에게 차를 올리는가의 문제가 대두하여, 결국 한 회에 15명씩 4회에 걸쳐서 차를 올리기로 하였다. 다례 준비자는 이런 다회를 한 적이 없어 찻상이 부족하다고 하여, 결국 직원을 서울로 보내어 찻상과 차구를 가져와야했다. 최초 생각보다 비용도, 인력도 많이 필요하였다. 다도에 숙련된 인력이 10여명은 되어야 찻상을 올린 후에, 한 회 다례를 마치면 물리고, 다시 올리면서 다회를 진행하였다. 다회와 풍류를 즐기는데, 연주자. 음향, 조명, 그리고 다례 비용이 적지 않게 든다. 예상보다 많은 지출이지만 결정한 다회를 되돌릴 수는 없다. 기왕이면 더욱 품격 높은 다회로 이끌고자 하였다.

창립 기념 행사는 몇 개월의 준비가 필요하다. 계획 수립에도 풍부한 경험과 관련한 전문 지식이 있어야 한다. 공부하면서 준비해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필자는 오랜 시간 국악계와 교류가 있고, 선비들의 사랑방 풍류의 이해가 있기에, 신년다회를 진행할 엄두를 냈다. 이번 20주년 행사를 하면서 다례의 역사적 의미와 절차를 공부하면서 추진하였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임하다보니 본 계획보다 일이 자꾸 늘어났다.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는 참으로 거창한 타이틀이었다. 그 타이틀아래 여러 행사를 하였다. 현판식을 행사를 출발점으로 하여, 신년 다회에 이르기까지 여러 구상을 하였다. 현판식과 신년다회, 지나온 역사를 개괄할 수 있는 20년 역사 동영상, 그리고 현재의 문화원 운영을 가늠할 수 있는 책자를 준비하기로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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