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철 시흥문화원장의 ‘고향만들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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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철 시흥문화원장의 ‘고향만들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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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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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며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며

1). 시흥문화원을 창립한지 20년이 되었다. 1996년3월1일, 창립총회를 하고, 1996년12월10일, 문화체육부의 인가를 받았다. 그리고 1997년 9월12일, 개원식을 하였다. 1995년 말에 군자동 정학진 외 15명으로 창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한지 약 2년의 시간이 흐른 끝이었다.  

김구 선생께서 문화입국을 주장하신 이래, 1947년 강화도에 강화문화원이 처음 문을 열었고, 이후 연년이 대한민국의 시군 단위로 지방문화원이 속속 들어섰다. 지방문화원이 들어서던 시기의 설립 의도는 일제 강점기에 뭉개진 민족혼을 되살리고, 한반도 최초로 들어선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 민족정기를 불어넣고자 함이었다. 그러한 정신이 민속의 발굴과 전승 노력을 이끌었고, 그런 노력의 결과 지방문화원은 각 지역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맡게 되었다. 시흥문화원 역시 지역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하고자 분연히 출발하였는데, 그 출발이 다른 지역보다는 다소 늦었다. 옛 ‘시흥군’부터 시작한 지역 역사는 100년이 넘었으나, 1989년 시로 승격하고 6년 후에 설립의 움직임을 시작하여, 1996년에야 정부의 인가를 받고 활동을 시작하였다. 

항시 그렇듯이 늦었다는 자각은 소중하다. 늦었다는 인식은 그 대열에 동참하고자 하는 의욕이 존재한다는 것이며, 그 의욕은 단체의 취지 및 활동의 긍정적 이해를 뜻한다. 문화원 설립으로, 문화원이 지역문화의 중심에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하며,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유지들이 모여 창립총회를 하고, 설립취지문과 문화원 인가 신청서를 작성하여 문화체육부의 인가를 받아, 사무실을 갖추어 1997년9월12일 개원한 것이다. 시흥의 정신과 정체성을 밝히고, 시흥시에서 태어난 젊은이들이 시흥시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정신적 토양을 마련하라는 사명의 가시화였다.   

창립 20주년을 맞이하여, 머리를 맞대고 설립취지문을 작성하던 설립 추진위원들의 모습을 떠올리니, 결연한 의지로 삼일 독립선언서를 기초하던 애국지사의 모습이 겹쳐 떠오른다. 애국심이나 애향심이나 자신을 만들고 키워준 데 대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은 같은 것이다. 문화원 설립에 관여한 추진위원들은 이후 문화원에 남아서 큰 역할을 하신 분도 계시고, 이내 다른 삶의 물결에 쓸려 간 분도 계시지만, 그 분들의 숭고한 정신은 지금도 이어진다. 시흥문화원 창립 20주년을 맞이하여, 그 정신을 오늘에 이어받아, 문화가족과 지역을 이끄는 분들에게 다회(茶會)를 열어 감사의 인사를 올리기로 하였다. 

2). 지난 해 여름부터 창립 20주년 행사를 구상하였다. 인가받은 날이 12월10일이니, 그 날을 기념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개원일이 이듬해인 점을 감안하여, 2017년 1월9일에 신년인사회와 창립 20주년 행사를 함께 하기로 하였다. 

현판식

먼저 시흥문화원 현판과 실심실학(實心實學) 현판을 새로 마련하였다. 2015년에 발굴하여 내외로 그 정신을 선양하고 있는, 대한민국 10대 사상가의 한 분이신 추곡 정제두 선생의 사상을 기리기 위하여, 제2회 연성음풍 전시회에 정제두 선생 특별전시회를 열었었다. 그 자리에 정제두 사상의 핵심인 실심실학(實心實學)을 서각(書刻)하여 전시하였는데, 전시를 마치고 문화원 입구에 걸어 시흥의 정신이자, 시흥문화원의 정신으로 삼기로 하였다. 그런데 시흥문화원 현판은 걸려 있지 않은데, 실심실학 현판만 외로이 걸릴 것이 안타까워, 독립문화원사 신축의 염원을 담은 시흥문화원 현판을 하나 더 만들기로 하였다. 10월 들어서, 실심실학 현판을 제작할 때 처럼, 전남훈 선생께 글씨를 부탁하고, 박기선 서각 선생에게 현판을 제작 의뢰하였다. 시흥문화원 현판과 실심실학 현판을 함께 걸어, 시흥문화원의 존재와 정체성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였는데, 창립 20주년 현판식은 새롭게 출발하는 문화원을 상징한다고 생각하였다. 

날짜를 정해 놓으면 시간은 참 빨리도 지난다. 어느새 12월이 되었고, 운영위원회를 열어, 2017년 한 해를 20주년의 해로 정하고, 정초에 20주년 기념식을 하기로 하였다. 현판식을 포함한 20주년 기념식을 2017년 신년회와 겸하기로 한 것이다. 20주년 기념식은 1월9일(월)로 결정하였다. 결정을 내리고 보니 잘한 결정이다 싶었다. 지역 내 인사들과 함께 새해맞이 신년회를 기다려왔는데, 연년이 신년회를 이어가도 좋을 것이다. 

정유년 신년회와 현판식 계획을 세우면서 고민에 빠졌다. 현판식은 문화원에서 해야 하는데, 어떤 형태로 잔치를 할 것인가, 식사는 출장 뷔페를 불러야 하는지, 고사나, 고유제를 지내고 떡과 막걸리를 먹는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판단이 쉽지 않았다. 며칠 생각 끝에 다회(茶會)와 현판식을 간소하게 병행하기로 하였다. 창립 20주년의 기쁨을 함께 누릴 내외빈에게 예절이 담긴 따뜻한 차 한 잔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로 하였다. 오래 전에 국립국악원 신춘다회에 참석할 때, 다례로 상대를 극진히 모시는 행사를 언젠가는 시흥시에서 해 보리라 생각한 것을 실현하게 되었다. 경험해보지 않은 사업을 한 달 남짓한 기간에 행사를 준비해야 하니 쉽지 않지만, 목표가 분명하면 길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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