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강 조기찬의 청령포-승자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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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강 조기찬의 청령포-승자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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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25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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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자의 역사이지 패자의 역사는 아닌 것이다.

승자가 되면 당대에도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고 정당한 사람으로 여김을 받으며 사는 것은 물론 사후에도 훌륭한 역사의 중심 인물로 정의롭게 살다 간 흔적을 남기고 후세들의 추앙을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의 기록을 남길 수도 있지만 패자에게는 자신을 변명할 조그만 기회조차 제공되지 않는다.

옛말에'바늘을 훔치면 좀도둑이 되지만 나라를 훔치면 영웅이 된다'는 말이 있던가?

그래서 지구촌 곳곳에서는 영웅들이 되기 위하여 오늘도 '구테타'가 모의되고 정권을 탈취하기 위한 행위들이 빈번하게 자행되고 있는 것인가?

강원도 영월에 가면 과거 550여년전 오늘날과 똑같은 구테타를 일으켜 나라를 훔친 영웅들에 의해 한양에서 가까운 곳에는 머물지 못하고 머나먼 낯설고 물설은 이곳 영월땅으로 밀려 나왔다가 급기야는 생을 마감한 조선조 6 대 임금인 '비운의 왕 단종'이 묻힌 '장릉'이 있는데 그 사연 또한 기구하기만하다. 

한때는 일국의 국왕으로 조선팔도를 호령하였지만 힘의 역학에 밀려 자신의 손으로 양위 혹은 선위라는 절차를 거쳐 삼촌인 수양대군에게 왕의 자리를 헌납하고 좋던 영화와 부귀를 누리던 왕의 자리에서 물러나 상왕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지내다 자신들의 영화를 누리기 위한 주위 사람들의 작당으로 자신의 복위에 관련되었다 하여 '노산군'이란 이름으로 강봉되어 이곳 영월로 쫒겨난 단종은 한면은 벼랑이요 삼면은 도도히 흐르는 서강에 둘러쌓인 곳- 계유정란의 일등공신 중 한사람인 한명회가 말한대로- 경개조차 좋은 영월군 남면 광천리의 태화산 아래의 인적도 없는 절해의 고도와 같은 곳인 '청령포'라는 곳에 시비 10여명만을 대동하고 부처된 것이다.

홍수로 인하여 청령포가 범람하자 그나마 눈물겨운 세조의 자비를 얻어 영월군 영흥리에 있는 객사인'관풍헌'이란 곳으로 옮겨 지내면서 관풍헌 곁에 있는 '자규루'에 올라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싯귀를 읊조리다가 삼촌인 금성대군과 함께 자신의 복귀를 꿈꾸었다하여 역적시 되어 사약을 받아 17 세의 청춘으로 한많은 생을 마치고 생을 마감했는데 일국의 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등극한 세조와 측근 세력들의 시선을 두려워 한 세태의 인심 탓으로 행려병자보다 못한 모습으로 죽은 시신이 동강에 버려져 둥둥 떠다니고 있었는데 조금은 바보 같고 모자라서 시대의 조류와 세태를 몰랐던지 아니면 단종을 흠모한 나머지 정의감에 앞서 앞뒤를 돌아보지 않는 만용을 부렸는지는 모르지만 이 고을의 호장이던 '엄흥도'가 후환이 두려워 아무도 손대지 않고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는 단종의 시신을 수습하여 자신의 선영인 동을지산 기슭에 매장하였다고 한다.

이름도 없이 내버려졌던 묘지는 59년이 지난 중종 11 년에야 묘지를 찾아 봉분을 갖추었고 241년이 지난 숙종 24년에야 복위되어 임금으로 대접을 받으며 단종으로 불리고 초라한 무덤도 새로 꾸며져 장릉이라 명하여지고 오늘날의 모습을 갖춘 것이라 한다. 

엄흥도는 후일 충성된 신하라하여 공조참판에 추증되어 벼슬을 받았다고 하는데 결코 바보이거나 모자란 사람이 아닌 의리의 사나이로 여김을 받고 추앙을 받는다하니 '계유정란'이라하여 구테타를 일으키고 정당화한 사건이 조금은 모순이 있기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그때 단종이 죽음에 처해지자 단종 곁에서 시중을 들던 시비들 11 명이 백제의 의자왕이 나당 연합군에게 패하여 생을 마감할 때 의자왕의 삼천궁녀들이 부여의 부소산 낙화암에서 백마강으로 몸을 날렸듯이 영흥리의 금강정 옆 봉래산의 낙화암에서 동강을 향해 꽃다운 젊음들을 던져 주군을 따랐다고 하는데 그것이 그때의 의리요 귀결이겠지만 아마도 '끈떨어진 뒤웅박 신세요' '찬밥 신세'인 단종의 시비로 선택된 그 순간 이미 그들의 운명은 그렇게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후일 그곳에 민충사라는 사당을 지어 짧은 생을 살다 간 그녀들의 영혼을 기리고있지만 이미 지나간 세월의 자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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