蓮城(연성)의 文風(문풍) 시흥을 감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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蓮城(연성)의 文風(문풍) 시흥을 감돌다!
  • 조민환
  • 승인 2017.09.1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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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문화의 백미(白眉) 시조(時調), 보름달 아래 시 읊는 소리 춤추는 연꽃!

시흥문화원이 오랜 옛날부터 있었고, 1920년 연성음사로 결성돼 1929년 상반기까지 이어오던 시회의 전통을 잇고자, 시흥문화원이 제1회 연성음풍 시회를 열고 달 밝은 늦은 저녁까지 이어가면서 운치를 즐겼다.

백중을 하루 앞둔 지난 9월 4일(음력 7월 14일) 느지막한 오후 4시, 시회 개회식을 시작해 저녁 7시 창작을 마무리하고, 7시 30분부터 시작한 시조 발표가 9시까지 길어지면서 감흥도 깊어갔다.

날씨도 도운 듯 청명하지만은 않은 하늘, 발표회가 한창이던 때 늘어진 구름가지에 달이 걸렸다.

바람에 흔들리는 구름가지 사이로 숨었다가 나오기를 여러 차례, 뭉게뭉게 구름잎 마당으로 바람이 달을 밀어 넣었다.

달빛 그림자에 구름잎 하나 둘 환하게 물들고, 달은 그날 연륜에 패였으나, 낭랑한 노 문장가들의 시조 읊는 소리를 가락으로 삼아 덩실덩실 춤을 추는 듯했다.

-편집자 주-

관곡지에서

   문화원 詩會에 부치다 / 이석규

문풍(文風)이 일고 있는

연성고을 관곡지에

선비들 시조 읊고

연꽃들은 춤을 추다

시흥이

달빛에 젖어

전설을 열고 있다.

시회는 한국시조협회 이석규 이사장이 시조 발표 사회를 보고 있다.

■ 文風, 제1회 延城吟風 詩會

시흥시는 연성(蓮城)의 문풍이 감도는, 역사 문화의 고장으로, 조선 영조 연간에 문인 백상형(1705(숙종 31)∼1789(정조 13)과 강세황(1713(숙종 39)∼1791(정조 15))이 주도한 시회(詩會)가 성행해 오헌집으로 그 흔적을 전하고 있다.

또 일제강점기인 1920년 지역의 문인들이 결성한 한시 창작모임인 연성음사의 활동이 1929년 까지 이어져 오는 등 시회가 시흥의 지역문화로 자리잡아왔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검열이 강화되면서 그 맥이 끊기더니 한국전쟁, 급속 화되는 현대화 등 시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시회가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었다.

시회가 끊긴지 88년. 시흥시문화원(원장 정원철)이 정체성복원 일환으로, 시흥에 문풍(文風)을 일으켜 시회의 전통을 잇기 위해 2017년 9월 4일 제1회 연성음품 시회를 개최했다.

연성음풍 시회는 시흥문화원이 주최하고 시흥문화연구소와 추곡서원 공동주관, 한국시조협회·월곶문학회·농협은행시흥시지부 협찬으로 열렸다.

시회는 한국시조협회(이사장 이석규)와 월곶문학회(회장 김선옥)를 초청해 관곡지에서 개최했다. 발표는 은휴정(恩休亭에)서 가졌다.

시회에 앞서 문운자 명창의 경기민요와 조양임 선생의 한국무용, 가객 예찬건의 시조창은 이번 시회가 전통 시조 창작회임을 짐작케 하기에 충분했다.

■ 한국 전통문화의 백미(白眉) 시조(時調), 백중맞이 시회

정원철 문화원장은 “한국 전통문화의 백미인 시조를 창작하는 시회를 열기에는 시흥시를 대표하는 관곡지가 격에 맞는다고 판단했다”며 “관곡지를 보존하는 안동 권 씨 종손 권치중 선생을 찾아와, 시회의 의미와 문화원에서 시회를 이어가고자 한다고 뜻을 전하자 선 듯 받아들여 개방을 해줬다”고 시회장소 선정에 대한 설명을 했다.

정 원장은 또 “추석을 한 달 앞둔 백중의 밝은 보름달 아래서 달빛을 받아가며 시조발표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 일찍 달이 뜨는 백중 절기를 시회 날로 잡았다”며 “시조는 단시조와 연시조가 있는데 단시조가 전통성이 있는 전형이어서 어렵지만 시회를 단시조 창작으로 개최하기로 했다”고 풍취에 걸맞은 이야기를 했다.

전통을 잇고 지역의 문화를 되살리는 어려운 일을 결정했다며 그 뜻에 고마움을 표하는 시인들의 감사에 대해 “문화원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원장의 당연한소임”이라며 정원철 문화원장은 겸손해했다.

정원철 시흥문화원장이 시조 발표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시회 개최 취지

하중동 관곡지 일원은 1463년 강희맹 선생이 명나라의 남경에서 전단홍을 가져와 세조가 연성이라는 별호를 하사한 연꽃의 유래가 깊은 곳이며, 헌종 연간에 권용정 군수가 연꽃 전래의 뜻을 되살린 곳이다.

민족의 명절 백중날을 기해 동산에 떠오는 달을 바라보며 지역의 문풍이 화사하게 피기를 기원하며, 아름답고 뜻 싶은 시조를 짓고 발표해 시회를 잇고자 함이다.

또한 관곡지에서 6km 거리의 가래울 마을은 한국 10대 사상가인 추곡 정제두 선생이 한국양명학을 일으켜, 사람의 마음이 곧 하늘의 이치라는 심학의 학맥을 세웠다.

추곡 정제두 선생이 만물일체의 생명사상과 지행합일의 실심실학을 일으킨 정신을 시회에 담고자 한다.

■ 시회의 목적

첫째, 연성음풍 시회 개최는 연성 지역의 문풍을 재생하는 운동의 일환으로, 백상형, 강세황의 시회를 되살릴 방침이다. 그러나 전통의 시회는 한시(漢詩)를 창작하고 즐기는 모임이기에, 시흥문화원은 한국 전통문화의 백미라 일컫는 시조시 창작 모임으로 전통을 잇고자 한다.

둘째, 시회(詩會)에서 발표한 시조 중에서 선정한 몇 작품을 <추곡 정제두 서예 공모전>의 글제로 활용해 살아 움직이는 연성음풍의 기운을 시와 서예, 문인화로 담아 전시할 계획이다.

셋째, 전통문화의 백미인 시조를 널리 알려, 전통문화를 존중하는 시흥시, 더불어 글쓰기를 통해 내면을 가꾸는 시흥시민의 문화를 일깨우겠다.

<제1회 연성음풍 시회 시조집(15수) 중에서>

연꽃 / 원용우

그 무슨 사연으로 까까머리 되셨나요

품은 한 너무 고와 뿜어내는 연분홍이

발갛게 웃는 얼굴이네 웃어야만 되는 세상

연꽃 / 노재연

수정을 토해내듯

눈빛 맑은 연잎 위로

꽃 부처 자애로이

환한 등불 켜는구나

불 밝혀

보시하려나

오욕을 사르려나

관곡지 별곡 / 예찬건

고구려 호령하던 강장군 후예시여

산수화 묵향속에 송죽(松竹)을 그리시다

관곡지 연꽃이 되어 연성문화(延城文化) 꽃피우네

빅토리아 연꽃 / 최은희

방석 같은 연잎 위에 청개구리 한 마리

꽃등을 밝혀 놓고 아미타불 수행 중에

연못에 빠진 우주를 건지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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