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강 조기찬의 '녹동항에서'-보리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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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강 조기찬의 '녹동항에서'-보리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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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2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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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피리

어린시절 한센병환자가 어린애들을 잡아 먹는다는 터무니 없는 소문에 공포에 떨었던 적도 있었지만 무서운 천형의 병이라는 한센병이 일반국민에게 이해되고 고칠 수 없는 천형이 아닌 고칠 수 있는 일반병과 같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는데는 가혹한 천형의 나병시인이라는 이름으로 화제를 끌어 모으고 자신의 기구한 운명과 그에 따른 처절한 체험을 시로 승화시킨 '시인 한하운'이 있음으로 해서이다.

지금도 소록도 중앙공원에 그의 시 '보리피리'가 전하는 이유의 당위성이다.

보리피리 불며 봄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꽃청산

어릴때 그리워 피ㄹ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인환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ㄹ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ㄹ닐리리

이처럼 향토적인 서정에 자신의 아픔을 승화 하였으나 천형의 환자라고는 느낄 수 없는 정도의 아름다운 시구들로 채워졌지만 그의 시 '전라도길'을 읽으면 처참하게 일그러진 병상의 그를 만날 수 있다.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수세미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절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개 없어졌다 앞으로 남은 두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 먼 전라도길 

이렇게 병에 대하여 적나라하고 사실적인 시를 지었던 그는 혼자만의 병고를 안고 처절한 투병생활을 거쳐 자신의 병마를 이겨 인간승리를 외쳤고 나환자 구제사업을 전개하면서 나환자들의 사회복귀를 위하여 힘들게 살다가 김포 장릉의 공원묘지에 묻혀있지만 한센병에 대한 일반인들의 잘봇된 인식을 불식시키고 소록도를 우리곁으로 돌려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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