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덕의 안경이야기- 지금은 시를 읽어야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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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덕의 안경이야기- 지금은 시를 읽어야할 시간
  • 조민환
  • 승인 2017.07.2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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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시인을 알게 된 것은 군 생활을 하던 80년대 중반이다.

고된 훈련 뒤 10분간 휴식이라는 복창과 함께 양반다리위에 벗어놓은 철모 속 안쪽에는“천상병의 “귀천”이라는 시 가 들어 있었다.

잡지에서 뜯어내어 철모 안에 넣고 쉬는 시간 틈틈이 읽어보며 무척 기뻐했던 생각이 난다.

군에 입대하기 직전까지 논산에서 “놀뫼문학동인”을 조직하고 활동을 했던 터라 시에 대한 열망이 마음 한 켠 에 똬리를 틀고 있을 때였다. 

도가적인 자연의 삶을 서정적인 감성으로 표현한 듯 한 이 시는 고단한 병영생활에 참 많은 공감과 위로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천 시인의 소박하고 순진무구한 이미지는 아직 그대로였다.

“이젠 몇 년이었는가?

아이론 밑 와이셔츠같이

당한 그날은..

이젠 몇 년이었는가?

무서운 집 뒤 창가에 여름 곤충 한 마리

땀 흘리는 나에게 악수를 청한 그날은 ..

네 살과 뼈는 알고 있다.

진실과 고통

그 어느 쪽이 강자인가를..“

     - 천상병 ‘그 날은 새, -

천상병은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전기 고문을 당했다.

고문의 후유증으로 불구가 되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지경이 되고 정신병원을 오갔다.

유신체제의 정권유지를 위해 조작된 대 규모 간첩조작 사건의 희생양이었던 것이다.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는 어떤 괴물인가! 국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은 이 시를 접한 후였다.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는 국가란 개인과 국가 간의 계약을 통한 주권의 양도라 했다.

국가가 없는 자연 상태의 인간은 이기심과 욕망이 지배할 것이며 힘센 자가 약자를 짓누르고 그 힘센 자는 더 힘이 센 자에게 짓밟히며 서로 끝없이 싸우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해석 한 거다.

야만의 상태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무한경쟁의 두려움 때문에 누군가가 자신을 통제해 주기를 원하게 된다. 자신의 권리를 국가에게 넘겨주고 국가의 보호를 받게 하자. 이것이 홉스의 생각이다.

권력을 획득한 군주의 사상이 과도한 신앙으로 떠받쳐 지거나 신성시한다면 국가라는 이름을 가진 불멸의 괴물이 탄생 한다.

이 괴물이 구약성서 욥기에 나오는 리바이어던이다.

위임된 권력이 인의 정치 인내천의 사상을 잃어버리면 괴물이 된다.

체제유지를 위해 거짓사건을 만들어내고 인권을 탄압하게 된다.

국가라는 틀이 성립한 이래 수많은  통치이론이 생겨나고 사라졌다.

절대 권력이라는 괴물을 견제하기 위해 입헌군주제라든지 의원 내각제 같은 수많은 국가 체제가 거론되어왔다.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이상적인 국가의 정치체제는 무엇인가로 말하는 것이 더 와 닿을 것 같다.

국민은 그저 다스려 지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인간의 자유의지가 존중받고 서로 다른 생각이 자유롭게 펼쳐지며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을 추구 할 권리와 사람답게 살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다.

책을 읽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아름다움과 미학적인 안목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내가 탄 배가 어디로 가는지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헬 조선 이라고 냉소를 보내는 대신 내 생각과 같은 사람들과 힘을 합쳐 공동의 선과 정의를 위해 연대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적인 국가는 대가 없이 주어지지 않는다.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와 땀과 눈물을 먹고 자란다.

정치하는 사람들을 미워하거나 헐뜯을 필요도 없다.

“모든 국민은 그에 걸 맞는 정치지도자를 갖는다”라는 말을 상기해보라.

나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가 내가 싫어하고 미워하는 정치인을 만들어낼 뿐이다.

내가 행동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만약에 그런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나약하고 부끄러운 무임승차 일 뿐이다.

지금은 시를 읽어야 할 시간이다.

리바이어던이라는 괴물로부터 벗어나 자유의지로 황톳길을 걸으며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할 추억을 쌓을 시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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