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강 조기찬의 '마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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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강 조기찬의 '마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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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2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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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옥의 김마담

당시는 TV가 흔하지 않아 일반가정에는 잘 보급되지 않아서 국가대표팀의 경기나 고교생의 야구경기나 기타 유명한 권투,레스링의 빅게임이 있을 때는 TV가 설치된 다방으로 몰려들어 TV를 보곤 했는데 나란히 줄을 맞추어 진열해 놓은 의자에 앉아 평소 찻값의 두배에 해당하는 찻값을 지불하고 관람을 하였는데 이곳에서는 애국자가 되지 말라고하여도 애국자가 될 수 밖에 없도록 응원 또한 열렬했는데 경기가 진행될수록 열기가 차오르다 보면 돌아가는 선풍기가 있어도 덥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누구하나 불평불만을 말하는 법이 없는 세월이었다.

그렇듯이 가전제품의 보급이 시원치 않아 냉장고도 드물었는데 시원한 막걸리를 마시기 위해서는 맥주병에 막걸리를 담아 깊은 우물에 넣어 냉각시킨 막걸리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고 수박,참외등의 과일들도 같은 방법으로 냉장시키거나 물에 담궈 놓았다 시원해지면 먹곤했었다. 

그 시절에도 오는날의 생맥주집이나 맥주타운과 같은 막걸리홀이 유행했었는데 시원한 차림의 날씬한 아가씨들의 서비스도 곁들여 금상첨화였는데 막걸리홀의 이름으로는 럭키홀, 스타홀, 비치홀, 아폴로홀 등의 서양 이름을 가진 막걸리홀 등이 안양역전을 주위로 많이 산재해 있었다. 

그중 재미있게도 인간을 달에 처음 착륙 시켰던 우주선인 '아폴로호'를 본딴 막걸리홀의 이름이 이색적이었는데 아폴로호는 아폴로박사를 탄생시키기도 하였고 당시 유행성결막염에도 아폴로눈병이라고 명명을하였을 정도로 그 유명세를 자랑했으니 막걸리홀의 이름이라고하여 가릴 이유가 없어 상호로 사용했겠지만 이렇듯 동양음식과 서양 이름이 어색하게 조화를 이루는 시절인가 보았다.

이러한 막걸리홀에서도 맥주병에 담긴 막걸리를 팔았는데 안주로는 새우깡이나 스넥류를 내놓고 안주라고 하면서 한접시에 막걸리값의 2ㅡ3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았으니 그때나 지금이나 바가지상혼은 비슷했던 것 같다.

그래서 차라리 조금 비싸더라도 요정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실비집보다 나은 주점형태의 술집에서 마음놓고 퍼질러 앉아 시원한 막걸리를 마시고 진한 안주도 맛볼 수 있는 속칭 방석집들이 안양역 뒷쪽에 많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오늘날과 같이 바가지만 팍팍 씌우는 방석집과는 다른 그런 방석집이었다. 

그 술집들은 한국식 이름으로 구월옥, 경남옥, 영남옥, 호남옥, 진주옥 등으로 자신들의 고향이나 유명한 지방의 이름을 상호로 내걸고 영업을하는 한국식 주점들이 유행을 주도했는데 그중 구월옥에는 김마담이라는 걸물이 존재하였는데 얼굴도 수수하였고 몸매 또한 날씬하지도 않은 풍만에 가까웠는데도 다른 젊고 예쁜 아가씨들보다 인기를 독차지하고 많은 손님을 유치하였는데 그 이유는 김마담은 기분이 좋으면 가끔 노래를 부르는데 어떻게나 잘 부르는지 기성가수는 저리가라할 정도의 실력으로 손님들의 혼을 쏙 빼놓곤 했는데 특히 한명숙의 노래인 '노란샤쓰의 사나이'를 부르면 자지러질 정도로 심금을 울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인걸들도 떠나고 건물들도 철거되어 흔적조차 간곳이 없으니 그 또한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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