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덕의 안경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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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덕의 안경이야기
  • admin
  • 승인 2017.03.2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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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시대

K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의 목소리는 건조 하고 조금 떨렸다.
조그마한 중국집에서 짬뽕을 주문했다.
K는 휘휘 젓가락을 돌리기만 할뿐 도통 먹질 않았다.
도시 생활에서 오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힘들어했다.
시골로 내려갈까 생각도 했으리라.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는 내게 희미하게
웃으며 걱정하지 말란다.
마음의 감기에 걸린 것임을 직감했다.

젊은 날의 자화상이 떠올랐다.
논산 음악다방 디제이를 하던 그 시절.
몸과 마음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꿈을 꾸곤 했던 그때.
알그린의 포 더 굳 타임과 송골매의 빗물을 하루 종일 들었다.
음악실을 책임지던 터라 음악 감상실 안에서 혼자 잠을 자곤 했다.
불 꺼진 다방에서 수족관 불빛을 조명삼아
김지하와 고은을 벗 삼으며 시를 썼다.

다방안의 수족관에는 식인 물고기가 살고 있었다.
그 녀석은 나 보다 늠름하고 당당해 보였다.
수족관 밖에서 도전해오는 모든 위협에
눈 하나 깜짝이지 않는 녀석 이었다.
칠월의 땡볕에 녹아버린 아스팔트처럼 무력했다.
앞날에 대한 불안과 혼란스러움이 지배했다.

불안은 우리의 의식 근저에 흐르는 집단 무의식이다.
인간이 지구별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삶을 마치는 날까지
우리 감정의 기저에는 불안과 동거하는지도 모른다.
머나먼 옛날 원시의 숲속에서 거친 황야와 눈보라치는 벌판에서
끝을 알 수 없는 하늘과 바다 속 심연의 두려움속에서..
이것이 나약한 실존자로서 숙명처럼 격어야 하는
불안의 시작이었으리라.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 케고르는
인간의 기저에 흐르는 대표적인 심리는 불안이라고 했다.
이 말은 치유의 힘이 있었다.
불안은 인간존재방식의 불확실성과 유한성에 기인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죽게 마련인 존재인 것이다.
세상에 내 던져진 단독자로서 삶에서 한계상황에 부딪혀
좌절하는 인간, 절규하는 인간인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자연스럽게 흐르듯이 우리의 감정도
희 노 애 락 이라는 감정의 물결이 몰려오고 물러간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차고 기우는 것이 섭리고 이치다.
삶에 지쳐 땅 바닦에 내던져졌다고 느낄 때라도
용서하고 낙관하며 감사하라.
책과 한 잔의 차와 음악만 있어도 세상은 견딜만하다.

몇 일전 박대통령의 탄핵이 인용 되었다.
진보와 보수의 인식은 다를 수 있겠지만
새는 양쪽의 날개로 난다는 리영희 선생의 말대로
대한민국이 부디 상처를 딛고 하나로 통합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미래의 불확실성과 국민의 불안한 감정을 해소하고
통합하는 새로운 지도자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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