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를 부르며 '소'를 그리는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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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를 부르며 '소'를 그리는 화가
  • 조민환
  • 승인 2016.11.1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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醉中眞談 인터부 - 화백 김규환

‘응시’ 자유로운 소와 눈을 마주치며 자신을 그려내는 화백이 있다.때로는 웃었다가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하고, 막걸리가 몇 순배 돌면 동요를 애창하는 여린 소년과 같이 수줍음 많은 화가다.어린송아지는 하염없이 순수하고 덩치 큰 소는 얼굴만으로도 힘이 넘친다. 눈은 맑기만 한데.큰 소는 병아리도 머리에 올려놓고 한가롭다. 떨어질까 중심을 잡는 내려 깔은 눈망울은 애틋한 고민도 있다. 소를 그리는 화백 김규환, 꿈을 안고 살아오다 서른다섯 살에야 모든 걸 다 뿌리치고 화필을 마음껏 들었다고 한다.몸은 망가지고 반려자도 곁을 떠난 후에야, 그토록 그리고 싶었던 그림을, 마음에 품어오다, 몸이 망가져서야, 노동에서 벗어나

고난의 길로 들어섰다.강원도 감자바위 평창생인 그는 가난이 힘들어 때를 걱정하실까봐, 어님이 괴로우실까, 마음에 걸려 군대를 자청했고, 남들과 같이 선생을 모시고 공부를 하진 않았으나, 자유롭고 고운 심성이 그를 빗나가게 하진 못했나 보다.

“어느 분의 화풍을 배우셨나요?”라는 질문에 거침없이 “청계천 헌책방 화풍”이란다.중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고등학교 공부를 하고 있단다. 나이는 예순이 가까워오고 벌써 그림은 익을 때로 익었는데 막걸리나 들이키지 않고 공부라니.김규환 화백을 처음 접한 것은 알지 못하는 신천동 문화의 거리의 한 포장마차였을 게다.그리고 한참을 잊었었다. 다시 만난 곳은 고향전집이었다. 막걸리 잔을 놓지 못해 얼콰한 혈색이었다. 지은 죄가 있는 지라 주변의 만류를 핑계 삼아 자리를 피했다.그리고 또 잊었다. 그리고 지난 10월 25일 시흥갤러리에서 ‘2016 시흥미술제’가 열려 사진기를 들고 기웃거리다 그를 만났다.

아주 수줍은 흰머리 소년의 모습이었다.갤러리에는 수많은 미술 작들이 즐비하게 걸려 있었고 안쪽 한 귀퉁이에 낮 익은 소한마리가 뒤뚱거리듯 서서 나를 외면하고 있었다.

□ 어떤 동기가 있어서 화가의 길에 접어들게 됐나어려서부터 꿈은 항시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는데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서 미루고 미루다 서른다섯에야 그림을 시작했다.먹고 살기 힘들어 중학교를 졸업하고 객지에 나와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다 허리를 크게 다쳐서 수차례 걸친 수술로 벌어놓은 것 다 없애고 반려자도 있던 곳으로 돌려보냈다.그리고서야 온전히 그림에 빠져들 수 있었다.

□ 주로 그리는 소재가 소이던데 황소가 왜 저렇게 순해 빠졌나본래에는 고삐가 채워져 헛간에서 밖을 빠끔히 내다보는 소를 그렸는데 너무 슬퍼보여서 고삐도 풀어주고 코뚜레도 빼버리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소를 그리게 됐다.누가 황소를 그린다고 했느냐, 난 소를 나로 그릴뿐이다. 그리고 이것저것 안 그리는 것이 없다. 꽃도 그리고 풍경도 그리고 나체도 그리고 보이는 것은 모두 그린다. 소를 자주 그리는 것뿐이다.지난번 시흥미술제에 전시됐던 소는 뭔가 자연스럽지 못하던데. 욕구불만이라 짜증을 내는 소다.소하면 우락부락한 것이 아닌가, 힘이 없어 보이던데. 나는 그런 소 안 그린다. 투우하고 우락부락한 소를 그리는 그런 자들도 있지만 나는 나만의 소를 그린다. 나를 소에 담는 게지.

□ 시흥시 어떻게 들어와 자리를 잡게 됐나본래는 서울에서 생활을 했는데, 부천의 집값이 좀 싸다고 해서 원미구에 들어갔다가, 또 한 번 수술을 받으면서 돈이 부족해 더 싼 작업장을 찾으려다 보니까 여기까지 굴러 들어왔다. 여기보다 조금 더 저렴한 미산동으로 아예 작업장을 옮겼다. 미산동 마을은 좁아서 바로 화실을 바로 찾을 수 있다 한번 들려라.

□ 앞으로 특별한 계획은 있나내년 개인전을 열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한다. 내년에는 100호 이상 200호 배외의 대작으로만 전시를 해볼까한다. 시간이 좀 부족한 듯하지만 물감이 마르는 시간을 이용해 다작을 한꺼번에 완성시켜 볼 생각이다. 아무런 걱정을 하지마라. 마음속에는 항시 다른 모습의, 다른 눈망울의 소들이 가득하다.

한잔을 벌컥거리더니 일어선 그는 '퐁당퐁당'을 부르며 지긋이 눈을 감았다

□ 지인들은 김 화백을 어떻게 평할까●유종인 시인은 김규환이 그리는 소 그림은 그의 인생의 여정, 아니 마음의 우여곡절, 그 파란만장(波瀾萬丈)의 소소한 삶의 행로와 짝을 같이한다. 삶이 아무리 외롭고 힘들더라도 그 시간을 우직하고 든든하게 같이 할 수 있는 예술적 반려(伴侶)를 만났다는 것은 예술가에게도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김규환에게 있어 ‘소’는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미술적 소재나 대상만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소는 그에게 있어 그 자신 본래의 우직한 예술가적인 진정성과 정체성을 든든하게 후원하고 지원하는 본향(本鄕)의 동물 상징인 셈이다. 라고 적고 있다.●이용범 소설가는 올곧지 못한 세상에 분노를 품었던 눈망울은 이제 모든 것을 보듬는 눈망울이 되어있다. 그리고 세상을 하나의 눈망울 속에 담아버리려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하나의 눈망울 속에 담아 버리려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끌어당기려는 것이다. 이제 화가는 지천명(知天命)에 이르렀다. 그래도 여전히, 그는 우리를 응시하며 묻는다. “너는 어디에 서 있는가?” 라고 맺었다.● 최분임 시인은 회의와 절망, 현실과의 타협하고 싶은 순간의 유혹, 모든 것을 멈추고 싶을 때 그 경계선에서 흔들릴 때마다 일상의 조급함과 자신의 한계상황마저 내려놓고 적막한 화폭을 끌어당겼을 그의 밤들을 짐작한다. 저 형형한 소의 눈빛에게서 그의 혼을 읽는다. 고 적었다.

김규환 화백을 생각하며 어는 여류 시인은 이렇게 글을 써내려갔다.소와나비 - 이수미거실 한 쪽 염천에 찾아든 표징이 자라고 있지 알륜초 꽃잎같은 숭배의 색을 깔고 소로 환생한 그가 고개를 내밀고 주름진 날개 펼친 내가 날아드네 모든것이 동색으로 물들어버린 순간 환쟁이가 되겠다고 말했어 기필코 그럼 그렇게 하세요 그가 메마르게 말했어 담배 한 개비 몽마르또로 쓸쓸하게 올라갔지 외길의 콧대는 얼마나 높은걸까 나의태양 화해할 수 없는 길은 천형의 질긴 거미줄 그 옛날 어머니가 묻어둔 불씨가 내게 붙어 영혼을 헤집고 한 서린 불꽃을 일으키고 있네 우리가 어찌 이리 만났을까요 맞잡은 속삭임에 돌돌말린 고단한 황금기가 펼쳐지고 있구나 김규환· 평창생· 개인전 11회(시흥, 인사동, 평창, 운현궁)· 부스개인전 9회, 2인전· 그 외 초대전, 그룹전 다수· 시흥시예술공로상 수상· 경기미술대전 운영위원■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 전업작가■ 주소· 화실_14944 경기도 시흥시 미산동 341-7<2층 화실>· 핸드폰_ 010-2443-9832· 이메일_ hwany98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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