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덕의 안경이야기 - 신에게 저항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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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덕의 안경이야기 - 신에게 저항하는 법
  • 시흥시민신문
  • 승인 2021.03.2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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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덕 안경사칼럼니스트
김성덕 안경사칼럼니스트

중견화가의 전시회 뒷풀이였다.  십여명이 술잔을 나누었다.
이야기를 주도하는 사람은 텐션이 넘쳤으나  좌중의 사람들은 모두 시큰둥한 표정이다.
필자도 얼른 자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때 이야기를 이어가던 분이 프랑스 여행 중에 
로마네 꽁띠 와인을 마셔보았다는 말에  귀가 번쩍 띄었다.

로마네 꽁띠 라면 세계 최고가의 프랑스 부르고뉴와인이 아닌가.
한 병에 삼 사천만원을 상회하고, 한 해에 6000병 정도만 생산되며,
예약 없이 구매 할 수 없다는 그야말로  신의 물방울이 아닌가.

주저함이 없이 물었다.
맛은 어땠나요?
제가 와인을 잘 몰라서 그런지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 후로 그 분은 필자의 안경원에 오셨고 
같이 와인을 마셨으며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다.
고가의 와인은 명성에 걸맞는 이유가 있겠지만 데일리 와인으로 마시는 데는
 일 만원 내외까지 다양하므로 와인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큰 부담은 없을 것이다.

와인을 마시는 시간은 행복으로 물든다.
오븐에 구운 생선이나 싱싱한 횟감에는  시원하게 칠링된 화이트와인을 겯드리고
붉은 육류요리에는 까베르네 쇼비뇽이나 메를로 품종의 레드와인을 식탁에 올린다.
귀한 손님이 오면 긴 테이블보를  식탁에 감싸서 분위를 더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라파엘로는 당시 교황 율리오2세 서재를 장식할 프레스코 벽화를 주문 받는다.
이 그림에는 모두 54명의 철학자가 그려져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림 중앙에 서있는 두 사람이다.

플라톤은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고 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땅을 가리키고 있다.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 나는 플라톤보다는 아리스토텔레스적이다.
나중이 아니라 지금 이 곳에서  내 와인을 나누고  당신의 와인을 맛보고 싶다.

행복은 미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흥미를 느끼고 좋아하는 것을  깊고 좁게 파는 것이다.

신을 믿지 않았던 니체는 인간을 우주에 내동댕이쳐진 비극적 존재라 규정했다.
불교에서도 중생은 고통의 바다를 떠도는 존재라 했으며 기독교에서도  인간의 태생적 원죄를 말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존재 자체가  부정적이다.
알베르까뮈는 저서<시지프스의 신화>에서 시시포스가 형벌을 내린 신에게 저항하는  
유일한 방법은 형벌을 즐기는 것이라 했다.
나는 오늘도 와인을 마시며  만면에 웃음을 띠며 신에게 저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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