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덕의 안경이야기 - 전환시대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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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덕의 안경이야기 - 전환시대의 논리
  • 시흥시민신문
  • 승인 2020.10.1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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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시대의 논리
김성덕 안경사칼럼니스트
김성덕 안경사
칼럼니스트

전환시대의 논리는 현대사와 국제정치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에 전환적인 사고논리를 설파한 리영희 선생의 비평서다. 이 책을 펼쳐보다 코로나 상황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논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스티브커츠라는 영국의 에니메이션 작가가전하는 스토리를 보자. 그가 만든 4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에니메이션은 인간이 지구를 망치는 과정을 속사포 같은 풍자로 담아내 화재가 된 바 있다. <한 남자가 길을 걷다가 딱정벌레 한 마리를 별 생각 없이 밟아 죽이고 뱀과 곰의 가죽을 벗겨 입고 나무를 베어 종이를 만들고 코끼리를 사냥해 상아를 뽑고 거대한 쓰레기 산을 만들고 자연과 공존하지 못한 인간이 지구를 다 파헤치고 끝내 파멸에 이르는 모습을 다이내믹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은 이미 예견되었다고들 말한다. 산업혁명이후 근대화가 진행될수록 인간이 무언가 행위를 하면 할수록 인간과 지구의 위험성은 커져왔다. 생태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의 출현주기가 짧아지는 원인가운데 하나로 사람들이 잘 접촉하지 않았던 원숭이나 곰을 잡아들이고 박쥐의 서식처인 동굴에 들어가 마구잡이로 포획하여 생태계를 교란 시킨 점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영국의 대도시에 소재하는 고급 레스토랑의 일부는 희귀동물의 식단이 제공되고 있다고 한다. 그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나름 지식인이고 경제적으로도 꽤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소수의 사람들에게 특별한 미각적 경험을 할 수 있다며 상술에 이용하는 것이다. 자연에 대한 무지와 천박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이지점에서 루소가 “설파한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 이 문장의 원래 의미는 법과 제도이전으로 돌아가서 인간성을 회복하고 자유주의 정신을 드높이자는 뜻이다. 또 다른 의미는 도덕성과 윤리를 회복하라는 것이다. 인간사에만 도덕과 윤리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연에 대한 윤리와 도리는 한마디로 생태와 다양한 종에 대한 존중과 살핌이다. 약 천년 전 북송시대 유학자인 정호(1032-1085년)는 선배 유학자인 주돈이(1017-1073년)가 창문틀에 자라는 잡초를 왜 뽑지 않느냐는 질문에 “내 뜻과 같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 주돈이는 사람 외에 다른 종의 생명까지도 자신의 고통인 것처럼 느끼고 존중했던 까닭이다.

우리는 자연과 숲과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야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사람은 땅에 기대고, 땅은 하늘에 기대고, 하늘은 도에 기대는 법이다. 이것이 자연에 대한 이치이고 도덕이며 윤리라 할 것이다. 자연은 그저 묵묵히 존재 할 뿐이다. 그 존재는 인간의 실존을 떠받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위대한 힘인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위기는 도덕적 철학적 토대가 부재하는데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돈이 너희를 구원하리라는 믿음아래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하던 성장제일주의 시대를 깊이 반성해야한다.

세월호 이후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이제는 안전한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문제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생태, 생명중심, 건강,연대 등에 관한 새로운 질서를 담론으로 제시하고 슬기롭게 의논해야한다. 정치권력, 경제권력, 언론권력을 가진자들이 그들만의 이해관계에만 매몰되지 않고 멀리 높게 보아야 할 때이다. 감염병은 자비가 없다. 종교와 국경, 인종과 이념, 빈부를 초월해서 인간을 무자비하게 쓰나미처럼 쓸고 갈 뿐이다. 대학교수와 명망 있는 종교계지도자,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이들은 자연과 생태의 위기에 침묵하지 말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르트르가 말한 대로 “지식인들은 부와 권력을 위한 개”라는 그의 일갈에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독재정권이나 사회의부조리와 같은 대의에는 눈감고 하찮은 일상과 작은 이익에만  목청을 높이는 소심한 자신을 반성한 김수영의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를 옮겨 적는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대신에 왕궁의 음탕대신에
오십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중략....
모래야 나는 얼만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만큼 적으냐.....

개인의 서사만으로도 일상이 버거운 시대다. 내 코가 석자요 나의 안위를 걱정하기도 바쁜 것이 삶이다. 김수영이 위대한 것은 대의에 나서지 못한 자신을 반성했다는 것이다.“반성은 완성의 반이다” 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모두 반성해야 한다. 자연에 대해 동물과 식물, 강물과 바다에 대하여 공기와 하늘과 미생물들에 대하여.. 호모사피엔스라는 슬기로운 인류가 코로나 사태이후 과연 어떤 전환적인 카드를 내놓을 것인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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